[바이라인네트워크] 인터뷰: ‘하루 만에 시장분석부터 상품 개발 설계까지’ K뷰티의 AI 전환 이끄는 트렌디어

[바이라인네트워크] 인터뷰: ‘하루 만에 시장분석부터 상품 개발 설계까지’ K뷰티의 AI 전환 이끄는 트렌디어

이 기사는 2025년 12월 26일자 바이라인네트워크에 성아인 기자가 최초로 게재한 기사입니다. 전체 내용을 확인하시려면 아래 링크를 방문해 주세요

독자 여러분, 혹시 “요즘 뭐가 뜨고 있나요?”라는 질문에 명확한 답을 들은 적 있으신가요? 뷰티를 포함해 유행에 민감한 업계에서는 늘 따라다니는 질문이지만 정작 답을 찾는 과정은 여전히 감에 의존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리서치 리포트나 뉴스기사 속 트렌드는 이미 한 발 늦은 이야기인 경우가 많죠.

제품을 만드는 브랜드와 제조사 입장에서는 답답합니다. 신제품을 출시해도 소비자가 어떻게 반응할지는 출시 후에야 알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디서 팔아야 하는지, 어떤 가격대가 맞는지, 어떤 메시지가 먹히는지도 마찬가지입니다.

이런 구조를 바꿔보려는 시도가 있습니다. 뷰티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와 AI로 ‘의사결정의 속도’를 바꾸겠다는 회사, 트렌디어입니다.

최근 트렌디어는 ‘AI for Beauty Business(뷰티 비즈니스를 위한 AI)’를 전면에 내세우며, 뷰티 산업 특화 AI 서비스 ‘트렌디어 AI’를 선보였습니다. 단순히 “뭐가 뜬다”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무엇을 만들고, 어떻게 팔고, 어디로 가야 하는지를 데이터로 답하겠다는 방향이라고 합니다. 최근 트렌디어 운영사 메저커머스 천계성 대표를 만나 이야기를 들어봤습니다.

메저커머스 천계성 대표
트렌디어는?

트렌디어는 메저커머스가 운영하는 뷰티 산업 특화 AI 플랫폼으로, 올리브영과 쿠팡, 아마존 등 여러 온라인 쇼핑 플랫폼 내 판매자와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인사이트와 다양한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이같은) 데이터들은 시장을 기본적으로 해석할 수 있는 하나의 도구’라는 가설에 기반해 시작했다는 게 천 대표의 설명입니다.

그는 트렌디어에 대해 “뷰티 시장에 특화된 데이터를 기반으로, 브랜드와 제조사가 더 빠르게 의사결정을 할 수 있게 돕는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메저커머스는 과거 중국 시장을 분석하는 데이터 사업을 운영했으나, 코로나 이후 대외 환경 변화로 중국 사업을 정리했습니다. 이후 데이터 기반 의사결정을 하고자 한 고객사들의 발걸음을 따라 한국, 일본, 미국, 유럽 플랫폼으로 분석 범위를 확장해 왔다는 설명입니다.

천 대표는 “고객사들이 필요로 하는 플랫폼을 따라가다 보니 자연스럽게 해외 시장으로 확장하게 됐고, 그 과정에서 사업성과 비전이 오히려 더 분명해졌다”고 설명했습니다.

그는 현재 트렌디어 사업에 대해 “공개된 데이터에는 수많은 시그널이 있었는데, 버려지고 있었다”고 설명했습니다.

“예를 들어 A사가 올리브영에서 판매하는 제품 상세페이지를 보면요, 이 키워드 하나하나가 굉장히 많은 고민을 거쳐 올라갑니다. 성과가 안 나오면 바로바로 바꾸고요, 전쟁터입니다.

한국에서는 그나마 쉽지만 일본과 동남아로 가는 순간, 내부에서 하나하나 다 타이핑을 합니다. 오후 4시 30분까지 리뷰가 몇 개 달렸는지 등을요. 그 노가다를 저희가 규칙을 만들어서 통계 처리해 보여드리는 거죠.”

천 대표가 강조한 트렌디어 데이터의 특장점은 ‘공급’과 ‘수요’ 두 측면을 연결해 본다는 사실입니다. 개별 플랫폼이나 채널, SNS 반응 등 단일 관점에서 분석하는 방식과 달리, 산업을 A부터 Z까지 보고 공급과 수요를 연결해 볼 수 있는 방향을 택했다는 설명입니다.

“공급 측면에서 브랜드는 상품을 판매할 때 성분, 효능 등 다양한 요소를 강조합니다. 같은 조합이라도 어떤 메시지를 쓰고, 어떤 번들링이나 할인율을 적용하느냐에 따라 성과가 달라집니다. 커뮤니케이션과 프로모션 방식에 따라 결과가 갈리는 셈이죠.

수요 측면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어떤 성분과 효능, 조합에 소비자가 반응하는지, 판매 속도는 어떤지, 리뷰는 어떻게 쌓이는지를 함께 봅니다. 트렌디어는 이 양쪽을 동시에 볼 수 있습니다.”

천 대표는 기존 패널 조사와 설문을 기반으로 한 리서치와도 확연한 차이가 있다고 강조했습니다.

“그동안 생각해 보면 글로벌에서 제일 큰 리서치 회사라 해도, 방법론이 특정 패널에게 한정돼 진행됩니다. 그렇다 보니 전체 시장에서의 마켓 다이나믹스나 경쟁, 실질적으로 무엇이 매출을 만드는가에 대한 부분을 알기 어려웠습니다.”

트렌디어는 실제 시장에서 나타나는 상품 정보, 상세페이지, 리뷰 등 공개된 데이터를 통해 시장의 다이나믹스를 읽으려 하는 접근법을 유지하고 있습니다. 처음 시작한 서비스 또한 AI를 활용해 올리브영 상품 썸네일 및 상세 페이지에 노출된 모든 키워드, 리뷰를 분석하는 ‘트렌디어 대시보드’였고요.

“트렌디어는 데이터를 양쪽으로 다 보고 경제 가치도 볼 수 있습니다. 이게 비즈니스 오퍼레이션과 연결됩니다. 쉽게 말해 내가 어떤 시장을 포착하고, 어디로 들어가야 될지 포착하고, R&D로 어떤 상품을 개발해야 하는지, 어떤 카테고리에서 어떤 특장점을 소구하는 상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어떤 프로모션과 썸네일, 프로모션을 어떤 채널에서 해야 하는지 등입니다.“

이후에는 뷰티 업계의 마이크로 트렌드를 잡아내 고객사에게 알려주는 ‘트렌디어 라이브러리’를 출시했습니다. 트렌디어 대시보드만 운영할 때에는 국내 주요 대기업과 중견기업 100여개곳이 이용했다면, 라이브러리 출시 이후에는 고객사가 3000여곳 이상으로 늘어났을 정도로 효자 서비스이기도 합니다.

“중소기업은 데이터가 있어도 쓰는 걸 어려워하고, 대표님들 시간도 없습니다. 그래서 데이터를 분석할 자원이 부족한 분들을 위해 월간 100개씩 마이크로 트렌드를 분석한 ‘라이브러리’ 서비스를 만들었습니다.

많은 플레이어들이 여러 키워드를 제시하지만, 주관적인 정황이나 움직임을 포착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저희는 수천 개의 트렌드 가운데 가격대, 카테고리, 원료 등에서 실제로 급성장하는 시그널을 데이터로 잡아냅니다. SMB에서도 쉽게 접근할 수 있도록 트렌드를 잘게 정리해 제공하는 것이 콘셉트였습니다.”

3년 정도 서비스를 운영한 결과, 회사가 수집하고 있는 공개 데이터는 올리브영과 쿠팡 등을 비롯해 아마존, 큐텐 등 국내외 30여곳의 약 11억개 상품 데이터, 리뷰, 키워드 등까지 확대됐습니다.

“한 달 걸리던 작업, 10분으로 줄여주겠다”

트렌디어가 올해 주목한 건 AI입니다. 회사 스스로도 ‘AI for Beauty Business’를 내세우고 있습니다. 단순히 이름에 AI를 넣었다는 수준이 아니라, 뷰티 산업 실무에 맞춘 방향으로 제품 자체를 프로덕트도 재설계하고 있습니다.

대표적인 예시가 ‘트렌디어 AI’입니다. 회사는 지난 11월 챗GPT(ChatGPT) 인앱 형식으로 ‘트렌디어 AI’ 앱 서비스를 베타 론칭했습니다. 이 역시 고객사의 요청에서 출발했고요. 

‘트렌디어 AI’를 한 마디로 정리하면 뷰티 시장, 특히 실무진에 특화된 AI 서비스입니다. 트렌디어가 매일마다 업데이트하는 글로벌 30개 시장의 상품과 소비자 데이터를 기반으로, 리서치와 상품 기획 등 뷰티 기업의 실무 프로세스를 자동화하는 데에 초점을 맞췄습니다. 외부 웹 크롤링을 막고 트렌디어가 가지고 있는 데이터만을 활용해 답변하도록 설계해, 근거와 수치, 기간과 채널을 함께 제시합니다. 

트렌디어 AI 소개자료

천 대표는 ‘뷰티 시장 특화 AI’에 대해 범용 LLM으로는 구현하기 어려운 영역으로, 도메인 지식 축적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필요한 사업이며, 앞서 짚었던 것처럼 트렌디어가 공급-수요 데이터 시스템을 선제적으로 구축해왔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라고 설명했습니다.

”법률, 의료, 금융 등 주요 산업군마다 버티컬에 특화된 AI가 존재합니다. ChatGPT와 제미나이가 큰 변화를 만들어내고 있지만, 환각 현상 등으로 인해 법률 등 특정 산업군의 실무 영역에서는 한계가 분명합니다. 화장품 업계도 마찬가지입니다. ‘신제품에 어떤 성분과 효능을 조합해야 할지’, ‘그 다음에는 어떻게 팔아야 할지’와 같은 질문에 대해 근거가 부족한 답변을 생성하거나, 세부적인 질문에는 ‘관련 데이터가 없다’고 응답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트렌디어의 ‘AI for Beauty Business’는 이러한 한계를 전제로 설계됐습니다.”

연구원들이 완성도 높은 포뮬러를 개발하더라도 소비자 반응을 사전에 예측하기는 쉽지 않았습니다. 예를 들어 ‘PDRN과 특정 성분·효능을 함께 소구하면 실제로 판매 반응이 있을까’와 같은 질문입니다. 트렌디어는 시장에 존재하는 제품의 성분·효능 정보와 각 플랫폼별 소비자 리뷰를 교차 분석해, 이러한 질문에 실제 시장 데이터 기반의 답변을 제공합니다.”

트렌디어 AI의 특장점 중 하나는 속도입니다. 리서치와 상품 기획이라는 과정이 그리 시간이 짧게 걸리는 작업은 아닙니다, 반면 트렌디어는 자사의 데이터 등을 기반으로 LLM을 적극 활용해 실무진의 업무 시간을 줄이는 방안을 택했습니다.

천 대표는 “콘셉트를 만드는 데까지 해도 한 달이 걸렸다면, (트렌디어 AI를 사용하면) 시간이 10분의 1로 줄어들 수 있다”고 말했습니다.

이날 천 대표는 챗GPT 환경 내에서 카테고리와 상품 등 프롬프트를 입력하자, AI가 특정 기간 동안 한 카테고리 내 상품수가 얼마 만큼 증가할 때 리뷰가 더 빠르게 증가하는 지점을 포착하는 모습도 소개했습니다. 이 경우에는 공급 대비 수요가 빠르게 늘어난 시그널입니다.

“예를 들어 6개월 동안 올리브영에서의 데이터를 요쳥한 후, 목적을 설명합니다. 브랜드 뿐만 아니라, 성분과 기능, 마케팅 용어를 활용한 트렌드 키워드 등과 관련된 데이터를 찾으라 명령하고요. 관련된 브랜드를 솎아서 디테일 별로도 정리해달라 합니다. 또 이 같은 분석을 기반으로 브랜드 성장률과 성분, 왜 유행했는지를 분석하는 식으로 로직을 잡고 최종적으로 필요한 결과물을 만듭니다.

이 키워드를 찾고, 세그먼트를 구체화해서 어떤 카테고리의 어느 수준의 가격대가 제일 잘 팔리고 최종적으로 수요 대비 경쟁이 어떻게 되고 있다는 수준까지 나오는 과정이 기존에는 한 달 이상 걸리는 작업입니다. 이전에는 여러 웹사이트 다 오가며 데이터를 정리해야 했지만, 트렌디어 AI에서는 이 과정이 템플릿 형태로 10분 안에 도출됩니다.

트렌디어는 고객사별로 어떻게 하면 트렌디어 AI를 잘 이용할 수 있을지를 계속해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미 앞서 지난 5월 100여개 고객사를 대상으로 AI 부트캠프를 열기도 했고요.

회사는 트렌디어 AI를 활용한 실무진이 업무시간을 확 줄일 수 있는 걸 우선시하고 있습니다. 천 대표는 고객사를 원료 공급사와 제조사, 브랜드사, 플랫폼 등으로 분류해 “각자 데이터를 보거나 해석하는 관점이 다른 만큼, 각자의 입장에 맞게 답변을 빠르고 정확하게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알려주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예를 들어 최근 마이크로 트렌드를 보면, 아마존 진입에 유리한 카테고리로 립케어가 꼽힙니다. 공급은 9% 증가한 반면, 리뷰는 182% 늘어나며 라네즈가 두드러진 성과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 같은 데이터를 통해 인디 브랜드는 시장 진입 여부나 상품 출시 시 경쟁 강도를 판단할 수 있고, 원료나 제조사 입장에서는 새로운 영업 기회를 검토할 수 있습니다.”

그는 트렌디어 AI를 연말 혹은 내년부터 공개할 계획이라고도 덧붙였습니다. 비용 효율화를 위해 초기에는 챗GPT 스토어에 업로드했지만, 고객사 입장에 따라 커스터마이징을 필요로 하는 만큼 자체적으로도 운영할 계획이라고도 밝혔습니다. 고객사 입장에서는 사람이 AI에 지시를 하면 일이 되어있는 수준을 바라는 만큼, 중장기적으로 해당 방향도 가능하도록 개발을 추진합니다.

트렌디어는 올해 BEP를 넘어가고 있는 상황이라며, 지금까지는 자체적으로 성장했으나 내년부터는 성장 가속화를 위해 투자 유치를 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지금은 국내 중심으로 3000여 팀을 대상으로 구독 모델로 사업을 운영하고 있는데, 계속해서 구독 모델을 중심으로 사업을 이어간다는 계획입니다.

기존에는 트렌디어 대시보드를 핵심 상품으로 운영해왔지만, 향후에는 트렌디어 AI를 중심으로 서비스를 확장할 계획입니다. 천 대표는 “AI를 이야기하는 팀은 많지만, 버티컬 혹은 산업 전문 AI를 실제 사업과 제품으로 구현해 글로벌 시장에서 성과를 만들어내는 사례는 아직 많지 않다”고 말했습니다. 트렌디어 AI는 아시아 최대 뷰티 전시회인 코스모프로프 홍콩에서 유일하게 뷰티 산업 특화 AI 세션을 진행하며 관련 논의를 주도했고, 뉴욕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리테일 쇼인 NRF 2026에서는 국내 최초로 이노베이터 쇼케이스에 선정되며 글로벌 무대에도 나아가고 있습니다.

한편, 2년 전 그리고 이번 인터뷰에서 만난 천 대표는 그 때와 지금의 비전이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고 답했습니다.

“2년 전 기자님께 비전에 대해 질문을 받았을 때, 코파운더 AI를 만들고 싶다고 답한 적이 있습니다. 저희가 당시부터 확신했던 것은 많은 업무가 자동화되는 흐름 속에서, 사람이 가장 중요한 의사결정을 AI와 함께 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드는 것이 중요하다는 점이었습니다. 이를 위해 방대한 데이터를 체계화하는 데 집중해 왔습니다.”